KIM JAE SUN THE 29TH Solo Exhibition

 

4月 기획초대

김재선 꿈꾸는 방랑자 展

- 꿈꾸는 방랑자 展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꾸며 살아간다.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삶, 나는 이런 삶을 살아가는 선각자가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존재는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하고 귀하다. 자식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과 헌신의 삶은 우리 삶의 길잡이가 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없이 보여주신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흙 묻은 고무신을 깨끗이 씻어 양지 바른 댓돌에 말리는 날이면 나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럴 때는 일만 하시던 엄마가 외출하는 날이다. 우리 어머니의 고무신은 꽃이나 나비가 그려진 새하얀 신발이 아닌, 군데군데 금이 가 있는 누런 고무신이다. 고운 여인이 신기에는 소박하다 못해 때로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고무신을 신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환해지셨다. 생각해 보면 어머니에게는 고무신은 그저 하나의 고무신이 아니라 세상으로 나아가는 행복, 자유, 꿈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고무신에 대한 이런 이미지들이 나를 ‘고무신’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가지고 나만의 작품 세계를 창조하게 한 것 같다.

 

나의 작품은 힘든 노동에서부터 시작한다. 닥을 풀고, 펴는 과정은 수천 번 수만 번 두드리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에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캔버스(수제 한지)를 만드는 것부터 작품은 시작된다. 그다음에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순지에 붓으로 글을 쓰고 이것을 찢어 붙인다. 닥이 마르는 중간 중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나의 생각을 드로잉 하고 페인팅 하는 과정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나는 붓과 손으로 작품을 만든다.

 

한지를 녹여 만드는 내 작품들은 멋을 낸 코고무신, 댓돌에 살며시 얹힌 어머니의 고무신, 개나리 꼬까신, 새색시의 고무신, 할머니의 흰 고무신, 아버지의 검정고무신으로 다양하게 확장된다. 한지의 고요하고 깊고, 부드러운 본성에 나는 늘 마음이 움직여 다가가게 되고, 고무신의 단순하고도 고요한 선(線)에서 새로운 미(美)의 세계에 눈을 뜬다. 한지와 고무신, 이 두 개가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룰 때 나의 작품은 숨을 쉬고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람이 일을 할 때나 외출을 할 때 신는 신발은 움직이기 위해 필요하다. 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신발은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삶의 과정에는 언제나 희로애락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희로애락 속에서도 꿈을 향해 움직이는 삶 - 이것을 나는‘꿈꾸는 방랑자’라고 표현한다. 나는 특히 <꿈꾸는 방랑자 - 아리랑 시리즈>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희망, 즐거움, 용기 등을 나타내고 싶었다.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이상을 향한 꿈꾸는 방랑자의 길동무가 되어 현실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고 여유로움을 잃지 않기를 바래본다.

 

나는 작품 속에 내 삶을 이끌어 온 나의 생각, 이상과 꿈, 나만의 정체성을 집어넣었다. 그게 바로 나에게는 어머니의 고무신이었으며, 따스함을 갖고 있는‘닥’이었다. 무엇이든 흡수하는 특성을 지닌 닥이 주재료인 나의 작품은 작가의 의도된 구상과 함께 온도, 습도, 계절 등 자연환경과 함께 만들어진다.

 

이렇게 필연과 우연이 만나 완성된 작품은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어른이나 어린아이, 기쁨과 슬픔, 고통에 빠진 세상의 모든 이들을 가리지 않고 잔잔한 따스함 속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누구나 자신의 모든 것을 작품 속에 녹아내며,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내가 진심으로 작품 속에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이며, 나는 관람자와 내안의 무엇을 나누고 싶은가.

 

작가 김재선

Artist - Kim, Jae Sun

KIM Se-ri First Solo Exhibition